작가의 말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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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9791171717125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저자명

천희란

출시일

2024년 09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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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상세 정보
ISBN 9791171717125(1171717121)
쪽수 100
크기 110*187mm
책소개
예리한 감각과 치밀한 문장으로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간 내면을 종이 위에 펼쳐내는 작가 천희란의 신작 《작가의 말》이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천희란 작가의 작품은 자주 작품에 수록된 ‘작가의 말’과 함께 독해되어왔다. 이번 신간 《작가의 말》은 바로 그 ‘작가의 말’에 관한 ‘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을 ‘소설’로 부름으로써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환상적으로 흐려놓고 소설에 개입하려는 현실을 유머처럼 혼란에 빠뜨린다. ‘죽음’은 천희란 작가가 오래 천착해온 주제였고, 이는 그가 ‘삶’을 써왔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작가에게 삶과 같은 글쓰기와 죽음 사이를 오가며 죽음을 양팔 벌려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완벽하게 평행을 이루는 삶과 죽음의 시소를 촘촘한 문장으로 절묘하게 그려낸다.
저자소개
201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영의 기원》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 경장편소설 《자동 피아노》 《K의 장례》 등이 있다.
목차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문장을 구성하는 사이에 현재는 떠밀려간다. 현재는 영원히 기술될 수 없는 상태로 남는다.” 《자동 피아노》 천희란, 이미 써버린 소설에 관한 소설 예리한 감각과 치밀한 문장으로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간 내면을 종이 위에 펼쳐내는 작가 천희란의 신작 《작가의 말》이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천희란 작가의 작품은 자주 작품에 수록된 ‘작가의 말’과 함께 독해되어왔다. 이번 신간 《작가의 말》은 바로 그 ‘작가의 말’에 관한 ‘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을 ‘소설’로 부름으로써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환상적으로 흐려놓고 소설에 개입하려는 현실을 유머처럼 혼란에 빠뜨린다.
몇 해 전 ‘나’는 깊은 우울과 반복적인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인물의 내면을 받아쓴 소설을 발표했다. 그것은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작품을 발표할 때는 마침내 죽음을 향한 들끓는 욕망이 잦아들었다고 믿었고, 무엇이든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전에 없던 해방감과 자유의 짧은 유효기간이 다하자 허무와 우울 속에 더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리라는 근거 없는 예감이 빠르게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햇살이 집 안 깊숙이 들어오는 완벽한 서향의 복층 집으로 이사하며 집이 글쓰기의 의욕을 되살려주거나 쓰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부정하지 않게 해줄 공간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장마가 본격적으로 찾아오기도 전에 집은 ‘나’의 기대를 배반하고, 천장 곳곳에서 물이 떨어지고 곰팡이가 어둠처럼 번지는 가운데 ‘나’의 눈에 ‘턱걸이를 할 수 있는’ 운동기구가 들어온다. 아래층 옷방에는 길고 질긴 간절기용 머플러가 걸려 있다. ‘죽음’은 천희란 작가가 오래 천착해온 주제였고, 이는 그가 ‘삶’을 써왔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작가에게 삶과 같은 글쓰기와 죽음 사이를 오가며 죽음을 양팔 벌려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완벽하게 평행을 이루는 삶과 죽음의 시소를 촘촘한 문장으로 절묘하게 그려낸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 1 50편에 이어 시즌 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 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 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
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
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 김서해 《라비우와 링과》 임선우《0000》 듀
나《바리》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한정현 《사랑과 연합 0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천희란 《작가의 말》 정보라 《창문》
책속으로
그 집에 입주한 2020년 봄에는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번듯하게 꾸며놓은 공간에서 푸석한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지 않은 채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듣다가 낙양이 선사하는 그림자가 발밑으로 밀려들면 자리를 옮겨 글을 쓰는 일상 따위를 상상했다. 작가의 삶이라는 것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지 않다고 믿어왔음에도, 그때는 내게 펼쳐질 미래를 다소 감상적으로 그려보기도 했다. (8~9쪽)
쓴다는 것은 어떠한가. 무한한 입체성의 현재로부터 존재를 인식의 대상으로 전환시키고, 대상을 표현하기 위한 문장을 구성하는 사이에 현재는 떠밀려간다. 현재는 영원히 기술될 수 없는 상태로 남는다. (10쪽)
집으로 돌아가자. 새로운 집에서의 생활에 특별한 기대를 품었던 것은 당시 도무지 글을 쓸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는 소설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예감은 2019년 12월 《자동 피아노》를 출간한 이후 불현듯 밀려왔다. 소설은 깊은 우울과 반복적인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인물의 분열적인 의식을 받아쓰듯 써 내려간 작품이었고, 지난 십수 년간 내 내면에서 쉬지 않고 펼쳐진 사건 그 자체였다. (14쪽)
새로운 집은 반드시 글쓰기의 의욕을 회복할 수단이거나 글을 쓰지 않고도 스스로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여야만 했다. 집은 보란 듯이 곧바로 기대를 배반했다. 그해 장마가 본격적으로 찾아오기도 전에 집은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18쪽)
미친 사람은 미친 사람에 대해 쓸 수 없다. 글쓰기의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은 글쓰기의 고통에 대해 쓰기는커녕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고통받느라 당최 글이라는 걸 쓸 수 없어서 고통받을 뿐이다. 앞의 문장은 이상하지만, 이 문장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쓸 수는 없을 것이다. (25쪽)
한 인간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정합성을 갖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나는 나의 실패를 용납할 수 없으면서도, 다른 모두의 실패를 간절히 원했다. (36~37쪽)
터무니없이 긴 ‘작가의 말’이 자주 떠오르며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었다. (66쪽)